[소진되어 버리는 유한의 에너지, 의지력]

매일 아침 이른 알람을 맞춰 놓으며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내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5분 단위로 알람을 5개는 맞춰놓은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고 잠자리에 든다.

설마 5번째 알람에는 일어날 수 있겠지…

이런 마음이다.

하지만 너무도 피곤한 어느 날, 기어이 사고를 친다. 첫 번째 알람에 부스스 일어나 무엇에 씐 듯 나머지 알람 4개를 모두 꺼버린 것이다. 알람 없이 깬 시각은 지각을 간신히 모면할 정도의 늦은 아침. 번쩍 눈을 뜨고서 시간을 보며 스스로에게 ‘미쳤어, 미쳤어’를 계속 중얼거린다. 그렇게 꼭 일어나겠노라 마음먹었건만 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힘들까?

 스스로에 자신과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의지력을 믿어 버린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나의 강력한 의지력으로 해 낼 거라 믿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소한 습관 하나 바꾸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말이다.

의지와 노력만으로 변화에 성공하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보여주는 예는 너무 쉽게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이어트, 금연, 시험공부, 수 없이 세웠다가 실패한 새해 계획들. 실제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들 중 무려 일주일 만에 포기하는 비율이 25%나 된다. 그리고 60%는 6개월 안에 새해 계획을 포기하고 말이다. 기업의 변화혁신, 체인지 에이젼트 프로그램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기업에서 연간 어머어마한 돈을 들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중 70%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이 나고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

이토록 변화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동 패턴을 플로리다 대학의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의지력의 한계(Self Control)’로 입증해 냈다. 의지력에는 총양이 있어서 자꾸 사용하게 되면 결국 바닥이 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힌 것이다.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구진들은 미각테스트를 한다고 실험 목적을 밝힌 후 사람들을 모은 뒤 충분히 시간을 끌며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배고프게 했다. 그리고선 한 그룹에는 맛있는 초콜릿 쿠키를 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무를 주었다. 그리고 그 두 그룹이 서로가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5분이 흐른 뒤 연구진은 이 대상들이 풀 수 없도록 미리 조작된 퍼즐을 맞추도록 했고 피실험자들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퍼즐 풀기를 지속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의지력의 소진’ 부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를 지속한 시간이 초콜릿 쿠키를 먹은 그룹은 평균 19분, 무를 먹은 그룹은 11분인 것이다.  이들이 먹은 음식을 제외하고 다른 조건들은 모두 같도록 사전 조정되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일까?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무를 먹은 그룹은 초콜릿 쿠키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으면서 의지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골치 아픈 퍼즐을 참고 수행할 만한 의지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것입니다. 초콜릿 쿠키를 먹지 않고 참는 일과 골치 아픈 퍼즐에 도전하는 일이 모두 자기통제라는 동일한 의지력의 저장고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혹은 반대로 이미 만들어진 습관을 없애고 싶다면 그것이 내 의지력의 총 양을 소진시키지 않을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마치 누르면 캔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안감힘을 써서 억지로 해 내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오기까지 말이다.

이는 우리의 뇌 구조와도 연관이 있는데 우리들의 대부분의 활동이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보다 본능적인 자동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가 내 마음과 달리 ‘5분만 더!’를 외치며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미 그게 내게 자동프로그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동프로그램을 다시 알람을 듣자마자 일어나게 만들려면 의지력의 소모 없이 자동 프로그래밍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의지력이 절대적으로 내 선택 영역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안감힘을 쓴다고 해서 애써 노력한다고 해서는 자꾸 의지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특히 다른 일로 의지력이 이미 많이 소진된 날에는 와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다. 회식에 참가해 주변 동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다면,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힘겹게 끌고 가던 다이어트 식단을 깨버리는 것은 의지력의 소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남는 과제는 하나이다. 어떻게 의지력을 쓰지 않는 단계까지 그것이 자동 프로그래밍되도록 습관화하느냐 말이다. 습관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기억해 두자. 그것은 바로 정확성과 구체성이다.

연구원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엇을 할지 쓰도록 했는데 한 그룹에게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쓰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별 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하겠다고 한 그룹의 학생들은 75%가 계획대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은 33%만이 계획대로 실천했다. 비슷한 연구가 실천의지(implementation intentions)’라는 개념으로 많이 이루어졌는데 고질적으로 시간을 잘 어기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시간을 딱 정해놓고 과제를 내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과제 성공률이 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매번 결심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운동은 어떨까? 이 실험의 지시사항은 아주 간단했다. 매일매일 2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단 일주일 오래간만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A그룹에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결과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이 과제를 수행한 사람은 단 29%에 불과했다. B그룹에는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심장질환 예방 등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세부 정보를 전달했다. 결과는 39%로 상승했으나 그리 큰 수치의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정확성과 구체성이 더해지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운동 과제를 제시하며 구 체적으로 날짜와 시간, 운동할 장소를 지시한 세 번째 C그룹이 약속대로 운동을 한 비율은 놀랍게도 91%에 육박했다.

A그룹(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음): 과제 수행률 29%
B그룹(운동의 좋은 효과 정보를 전달) : 과제 수행률 39%
C그룹(운동과제와 함께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정하게 함) : 과제 수행률 91%

이는 시간과 장소의 구체성이 이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심리적인 에너지를 크게 절약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미 익숙한 행동들과 새로운 일이 경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의지력의 총양은 자꾸만 줄어들게 된다.

어떤 행동이 나의 습관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보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 행동을 할 때 나의 의지력이 소모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내게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 깨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세수를 하기 위해 욕실로 가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마치 이불에 손이 달려 자꾸 내게 5분만 더 자라고 끊임없이 달콤한 손 짓을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칼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 포스팅을 위해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어떤 의지력이나 안감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딜 가나 내 주변에는 항상 노트북이 있고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 즉 아침에 한 번에 일어나기는 내게 아직 습관이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일은 완벽한 나의 습관이다.

오늘의 선택 칼럼에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 한 가지를 나누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의지력은 언제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무한의 자원 혹은 내 결심에 따라 좌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지력이란 총 양이 존재해 너무 많이 사용 시 전부 다 소진되어 버리는 유한의 에너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새로운 행동을 습관화하려면 굳은 결심, 확고한 자신과의 약속을 하는 것이라 반드시 그 행동의 계획을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의지력은 내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정확성과 구체성을 바탕으로 한 계획된 자동 프로그래밍의 영역 그 습관의 영역만이 지속 실천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습관화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내 의지력 없이 행해질 수 있도록 정확성과 구체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오늘 해야 할 최상의 선택인 것이다.

선택 칼럼니스트 GLAM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