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선택칼럼 vol.2]

선택의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이 영화는 마법이라 했다. 또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했다. 마법과 꿈. 굳이 평점이 아니더라도, 영화 후기가 아니어도, 멋진 배우들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이미 이 두 단어만으로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이것이 바로 영화의 제목 라라랜드다. 영화 내내 함께하는 OST <City of stars>의 첫 가사.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Are you shining just for me?
그대 나만을 위해 빛나는 건가요?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There’s so much that I can’t see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군요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 그들은 유독 도시에 많이 사는 것 같다. 물론 도시에 사는 사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도시의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영화 속 두 주인공들이 그런 것 같다. 배우 지망생 미야와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펍을 만들고 싶은 세바스찬. 그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빛나는 별을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다.

영화는 이 둘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렇게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가 원하는 만든 그 결과의 순간이 아니라 아직은 미완성인 그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 너무 많이 이루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한 그 완성의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닌 것 같다. 미완성이기에 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더 순수하게 황홀하게 뛰어들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완성인 무대에서는 현실적인 제약과 체면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이미 너무 많아져 버려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빛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려져 버린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미완성인 지금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게 아닐까?

이루고 싶은 커리어적인 꿈과 마음이 끌리는 순수하고도 격렬한 사랑, 이 둘이 충돌한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생계를 위해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들어간 밴드는 대성공을 이루고 세바스찬은 도시 투어를 다니게 된다. 홀로 남겨진 미야는 자신의 연극을 준비하는 힘겨운 과정 속에서 연인이 그립고 외롭다. 그녀가 자신의 꿈을 비로소 현실세계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연인 세바스찬의 힘이었기에 더욱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쉽지 않다. 하지만 힘겹게 성공을 감내하며 할 일들을 해내고 있는 세바스찬 역시 고독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가 이 여정을 시작한 것은 미야와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함 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둘 다 그 목적을 잊어버린 듯 사랑하는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점점 그렇게 멀어지게 된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연인은 서로에게 묻는다. Where are we? 우리가 어디에 있는 걸까?
세바스찬은 말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자.
미야는 답한다. 난 그래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야.
하지만 세바스찬은 그녀를 잡지 않는다.

5년이 흐른 뒤 미야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성공한 여배우가 되고 세바스찬은 그가 원하던 잘 나가는 재즈 바의 주인이 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세월이 흐른 뒤 남편과 함께 우연히 자신의 재즈 바를 찾아온 엠마를 바로 보는 세바스찬의 상상 장면이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미야의 남편이 되었겠지, 그녀 아이의 아빠는 아마 내가 되었겠지, 우리는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함께 쌓아 갔겠지. 운명처럼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5년 전 그때처럼 상대를 잡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둔다. ‘그래도 우리 잘 해냈지?’라고 말하는 듯한 마지막 눈빛을 교환하며 말이다. 이 둘 옆엔 서로가 없다. 하지만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루어냈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았던 걸까? 어쩌면 선택에는 그 선택 자체만이 있지, 옳고 그름은 없던 것이 아닐까? 선택은 항상 후회를 남기기 마련이니까.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다른 하나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기제로 인해 이미 선택한 것에는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그렇게 자연스레 그쪽에는 관심을 많이 두지 않게 되고 우선순위의 뒤로 밀려나게 되다. 그 익숙함과 안락함 속에서 자연스레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그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걸 선택했더라면 달랐겠지라는 후회가 남게 되고 말이다.

아마 미야는 세바스찬을 바에서 만난 그날 이후 남편과 말다툼을 한 날이나 서운함을 느낀 저녁 지금의 남편에 대한 더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포기한 즉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현실적인 커리어, 꿈, 끝내고 싶은 현실적인 숙제들.

물론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서 하나를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후회와 실망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라라랜드는 따뜻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라라랜드는 감성과 이성 간의 사랑과 꿈 사이에 벌어지는 선택의 영화가 아닐까? 누구는 내일 죽으면 오늘 보러 갈 만한 영화라 말한다. 그것은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너의 일과 사랑 중에 선택해. 나야 일이야? 이게 성공이야 실패야? 등의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평가만 해 온 세상에서 이 영화 라라랜드가 이런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봐! 꿈과 사랑, 그 흔들리는 파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OST <City of stars>는 말한다.

City of stars, Just one thing everybody wants.
별들의 도시여, 모두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There in the bars, and though the smokescreen of the crowded restaurants, 술잔을 건네는 이들도, 북적대는 레스토랑의 담배 연기 틈에서도

It’s love.
사랑인 거예요.

Yes all we’re looking for is love.
그래요 우리 모두 사랑을 찾아 헤매는 거예요
from someone else.
누군가로부터의 사랑을
A voice that says, I’ll be here and you’ll be alright.
난 여기 있어 다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
I don’t care if I know just where I will go.
결말이 빤히 보여도 상관없어요.
Cause all that I need, this crazy feeling rat-a-tat of my heart.
원하는 건 이 미칠 듯한 감정뿐이니. 내 가슴의 고동뿐
I think I want it to stay.
이 감정을 간직하고 싶어요.

사랑하고 살지 않으면 이루고 싶은 꿈은 밀린 숙제의 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결말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연인 이 둘이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고의 여배우로 또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 바의 성공한 사업가로 산다고 해도 이 둘이 함께 사랑하던 그때보다 더 빛나는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이들이 진정한 City of stars가 되었던 장면은 이 둘이 함께 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이 둘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반짝였던 모습은 스크린 속의 미야도 재즈음악을 연주하는 무대 위의 세바스찬도 아니었다. 둘이 뉴욕의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거닐고 춤을 췄던 다름 아닌 그 장면이었다.

도시의 꿈꾸는 많은 별들을 위한 선택의 영화 라라 랜드. 많은 선택의 짧은 그 찰나의 순간에 떠올릴 만한 그래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선택의 영화로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
-미아 / 엠마 스톤

선택칼럼니스트 GLAM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