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에는 이상하게도 자살명소들이 존재한다. 일본에도 그런 곳이 있다. 그 곳은 바다에 어울러진 바위들이 무척 아름다워 관광 명소로도 유명한 일본 혼슈(本州) 후쿠이(福井)현 사카이(坂井)시에 위치한 주상절리 절벽이다. 그래서 해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장소는 관광명소로 유명한 동시에 자살 명소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삶을 마감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여겨졌기 때문일까?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도 그 마지막은 좋은 장소이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가 보다.

일본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아름다운 관광 명소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이 곳의 자살자들.

당신이 이 고민을 풀어야 하는 담당자라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 하겠는가? 즉흥적으로 떠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와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감성적인 시도] 포기하지 마세요. 삶은 살아가기에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이 순간만 잘 견디세요. 곧 좋은 일이 생길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 올리세요. 등의 좋은 문구 또는 상담 센터, 생명의 전화 등

[논리적인 시도] CCTV시스템, 순찰대, 수난 구조대 운영, 난간 높이 올리기 등

하지만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자살률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자살 명소가 있다. 바로 서울의 ‘한강 다리’이다. 16년 9월 기준 최근 5년여간 한강 다리의 자살 시도 건수는 평균 하루 0.85명 이었다. 하루 한 명의 사람이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위에 언급된 감성적인 시도와 논리적인 시도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자살률은 역시나 줄어들고 있지 않다.

한강 다리에서만 시도되는 자살자들의 현황만 보아도  2012년 148명, 2013년 220명, 2014년 396명, 2015년 543명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다. 2012년 서울시와 삼성생명에서 진행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는 큰 이슈를 만들어냈지만 생명의 다리가 설치된 마포대교는 여전히 투신자가 가장 많은 한강 다리이다.

그러데, 이 지점에서 일본 후쿠이현은 기발한 접근을 시도한다. 사카이시의 자살바위에 높은 난간이나 순찰대, 상담 전화, 좋은 인생의 문구 대신, 생각치도 못한 팻말 하나를 설치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이 팻말은 그러나 자살율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어떤 문구 이길래, 도대체 어떤 말로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자. 단 한 마디로 자살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그 문장을 나라면 무엇이라 만들겠는가? 일본 후쿠이현의 선택은 다음과 같았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하드디스크는 삭제하셨습니까? (一寸 待てハードディスクは消したのか?)”

일본 혼슈(本州) 후쿠이(福井)현 사카이(坂井)시에 위치한 주상절리 절벽에 세워진 팻말

이 메세지를 보는 순간, 사람은 자동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모드에서 ‘혹시 뭐 지워야 하는게 있나?’라는 쪽으로 확 쏠리게 된다. 순식간에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모든 생각이 자살에 꽂혀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보다 아예 다른 컨텍스트를 떠올리게끔 만들어버리는 상황의 전이가 필요한 것이다.

와튼 스쿨의 애덤 글랜트는 이 지점을 다음의 감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시감(Dejavu)과 미시감(Vujade) 기시감:

자신이 익숙해진 것에 머무르고자 하는 성향.
미시감: 익숙한 것 가운데 보이는 작은 차이에 대해 이것은 뭐지? 라며 눈을 반짝이게 되는 지점.

기시감이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면 미시감은 ‘그 속에서도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는 온통 생을 마감하려는 생각 뿐이다. 따뜻한 문구, 가족과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그 어떤 노력 속에서도 그저 그는 익숙하게 자살의 수순을 밟을 뿐이다. 하지만 이 때 “ 하드디스크는 삭제 하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순간 그는 자살의 생각에서 완전 벗어나 ‘내 컴퓨터에 뭐가 있었더라?’라는 이전과는 작은 차이의 지점에 주목하게 된다. 익숙한 계속 머무르려는 생각에서 미시감 모드로의 전환이다.

  • 태종대공원 자살 바위에 설치된 남매를 어르고 있는 어머니의 두 팔이 있는 모자상,
  • 부산도시철도 역사의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기 보다 함께 하고 싶습니다”는 문구, 함께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담은 자살예방 캠페인 포스터,
  • 부산 사하구보건소가 착화탄(번개탄) 자살을 막기위해 “다 괜찮아요. 나에게 말해주세요”란 글귀를 적은 스티커.
  • 한국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 문구 “당신은 더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어쩌면 자살을 막기 위한 수 많은 시도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여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한 것들이 아닐까?  같은 것 속에서도 다른 것을 만들어낼수있는 감각을 가진 미시감 영역. ‘자살을 하려는 사람에겐 당연히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지.’가 아니라 다른 지점에 주목하고 그 대상 또한 한 번에 다른 지점으로 올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죽고 싶은 그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