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칼럼 Vol.5] 내가 스스로 만드는 선택의 힘, 출근길 리츄얼

출근길, 주차장 입구로 향하는 코너에서 차를 잠시 멈췄다. 앞 차의 출발을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 차 창 밖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팀장님이 보였다. 팀장님은 종 종 걸음으로 오다가 잠시 멈춰 서더니 높은 회사 건물을 찬찬히 올려다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내리고 ‘오 팀장님!’이라 부르고 싶었지만 이내 차를 다시 출발시켜야 했다.

그런데 자꾸만 그녀가 회사 건물을 올려다본 그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히 우연히 회사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본 것이 아니라 일부러 멈춰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은 혹시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걸까?’

사무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팀장님께 메신저를 했다.

“팀장님, 오늘 출근길에 잠시 멈춰서 회사 건물 쳐다보신 거요. 혹시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

팀장님은 눈썰미 좋은 친구에게 딱 걸렸다며 한 번을 망설이며 말했다.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약속드릴게요. 궁금하니 말해 주세요.”

오 팀장님과 나는 그녀가 과장 시절부터 내가 대리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망연 지교, 나이를 잊은 친구로서 서로 다른 팀, 다른 층에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서로의 속내까지 이야기하곤 한다. 팀장님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말을 꺼냈다.

“매번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건물을 올려다봐요. 네가 더 멋져질 수 있게 오늘도 내가 노력할게. 오늘도 잘 부탁해!”

그녀는 다름 아닌 회사 건물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던 것이다.

내 반응은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는 팀장님의 걱정과는 정 반대였다.

“팀장님 정말 멋지세요!”

리츄얼(Ritual).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항상 의식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이다. 책 읽기, 운동하기 등의 다양한 리츄얼을 들어 봤지만 회사 건물에게 아침마다 말을 건네는 출근인사 리츄얼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회사 네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내가 오늘도 노력을 한다는 인사의 리츄얼이라니. 너무 멋진 회사원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병’에 시달린다. 회사 로고만 봐도 지긋지긋하고 그렇게 어렵게 들어온 회사를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오 팀장님의 출근길마다의 회사 건물에 인사하기 리츄얼을 듣고 나는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며 어떤 의식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출근은 직장인에게 가장 정기적이며 시간을 딱 딱 맞추는 반복적인 습관 중 하나이다. 나는 매일 아침 어떤 마음으로 출근을 했던 것일까? 하버드대 댄 길버트(Dan Gilbert)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중 의식하는 시간의 46.9%를 마음의 방황 상태(wandering mind)로 보낸다고 한다.

마음의 방황 상태란 미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후회, 또는 전혀 생산적이거나 계획적이지 않은 불필요한 걱정을 하며 보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마음의 방황 상태에서는 생산적인 행동이나 건설적인 생각이 불가능하다. 그저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 걱정, 자책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거나 돌보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이 마음의 방황 상태를 겪게 된다. 사람이기에 허약하고 사람이기에 감정의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의식적인 반복 습관, 리츄얼(Ritual)이 중요한 이유이다.

의식적인 반복 습관은 내 마음이 그냥 그렇게 마음의 방황 상태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 준다. 하버드 연구팀은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그저 방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 상태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오늘 하루를 회사에서 상사, 동료, 후배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는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일지 모른다. 의식적인 반복 습관, 리츄얼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내게 주어지는 ‘상황’이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택’ 말이다.

당장 내일부터는 나도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회사에게 말을 걸어 볼 생각이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해. 내가 널 더 빛나도록 만들어 줄 거야. 아직 너한테 해 주고 싶은 일이 더 있거든!

너도 날 잘 부탁해.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날 수 있도록 말이야. 우리 서로 같이 잘 해 보자!”

다행히 나는 차 안에 혼자 있으므로 주변 눈치를 살피거나 조용히 말을 혼자 삼키지 않아도 되니 좋다. 혹시 또 모를 일이다. 어느 날 회사 주차장 입구에서 이런 나를 누가 밖에서 보고 이상하다 생각할지도,

또는 회사 건물이 내 말에 대답을 건넬 수도 있다.

당신은 매일 아침 하는 출근길 어떤 의식적인 반복 습관 ‘리츄얼’을 가지고 있는가? 태어나서 가장 습관적으로 정기적으로 같은 시간에 행하는 리츄얼인 등교, 출근길. 자신만의 리츄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의 힘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선택의 힘으로 그 강력한 파워를 만드는 첫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생계를 꾸리는 것이 아닌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
(Making a life, not a living)

선택 칼럼니스트
GLAM 이은영.